2009년 3월 9일 월요일

뼈속까지 디렉토리 구조인 아저씨가 사과농사를 시작한 이유


#1 아주 가까운 과거 어느 프로젝트 기획 Review 중

A : 사용자가 즐기는 동영상, 음악, 사진 자료 등을 잘 검색하고, 분류하기 위한 System 어쩌고 저쩌고를 기획 중입니다. 이를 위해서 Tag정보와 함께 컨텐츠를 자동으로 분석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어쩌고 저쩌고..

권력B : Tag가 뭐냐?

A : Tag라 함은 일종의 꼬리표로, 사용자의 컨텐츠를 분류할 수 있는 꼬리표로... 어쩌구 저쩌고..

권력B : 아.. 그럼 자동으로 Tag를 넣어서 분류한다는 것이냐?

A : 아.. 그건 아니고, Tag는 사용자가 직접 넣는 컨텐츠의 키워드 이고, Tag를 보완하는 자동화 분류 알고리즘을 적용할...

권력B : 아니 난  인터넷에 글 쓰는 것도 안 하는 사람인데 언제 Tag까지  넣고 있어? 세상에 누가 Tag를 쓴단 말인가?  

A : @@;; .....

권력C : 그럼 정리된 컨텐츠들은 어떻게 폴더에 구분 되서 정리되는 것인가?

A : 아.. 이건 폴더에 구분해서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통으로 저장되고, Tag나 신규 기술들을 이용해서 보다 쉽게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

권력C : 아니, 폴더 없이 어떻게 정리를 해? 다 한 통에 넣어 버리면 어쩌라고? 나도 모르는 Tag를 누가 써? 폴더별로 딱~ 딱~ 정리해도 못 알아보는 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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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작년 초 어느 때, 나

어여쁜.. 정말 어여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iPod Nano 3세대를 PC에 연결하여, iTunes을 실행하고, 몇 십 분이 지났을 무렵

' 아니.. 이 곡은 어디 쳐박혀 있는거야? '

' 다 한 통에 들어있으면 이걸 어떻게 정리하라고... --;; '

' 개념을 휴지통에 넣고 완전 삭제 해버렸구먼.. -_-;; '

' 이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것이 아닌 것이여~~ '

몇 번 클릭하다, 그냥 충전만 했다.

 

 

#3 좀더 먼, 그러나 그리 멀지 않은 과거 - Web2.0, 블로그, YouTube가 세상을 휩쓸기 몇 달전

권력B : Web2.0이 뭐냐?

A : 음..  Web2.0이란 기존의 일방적인 소통의 Web1.0에서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어쩌고 저쩌고, 롱테일이 어쩌고 저쩌고...

권력B : 아유.. 뭐가 이리 길어~ 한 줄로 요약해봐~

A : 개인의 참여를 바탕으로 한 어쩌고 저쩌고...

이런 상황이 몇 달간 지속되다.

물론, 끝내 사람들은 Web2.0을 이해하지 못했다

 

 

 

위 상황에서 난 주변인으로, 혹은 중심인으로 또는 관찰자로 곁에 있었다.

참 바보 같았지만, 나도 사람들이 Tag를 왜 사용할까?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들이 있을까? 의문이 들었었고, 폴더가 아닌 자료분류가 이해는 되지만 공감되지는 않았다. Web2.0 역시 이해는 됐지만, 실감나지 않았다. 그냥 몇몇 사람들이 돈 벌려고 만들어낸 신조어 쯤으로, 몇몇 오다쿠들의 것으로 생각했었다.

 

 

# 2009년 현재.

 

세월이 약이라고, 위와 같은 상황은 대충 정리되었고, 모두들 빨리 빨리 Web2.0서비스, 기반 플랫폼을 만들어 내라고 난리다. 미리미리 이런 상황을 준비한 선각자들이 있어, 그럭저럭 준비는 하고 있지만, 실제 시장에 출시될 즈음되면 역시 사방에서 뒷 다리를 잡는다.

 뒷 다리의 큰 방향은 쉽게 이야기 하면 Web2.0을 이해 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소통부재.

2.0의 몸뚱이에 1.0의 머리를 갖춘 시스템들이 많다.

 

요즘 거의 모든 시스템은 2.0으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그럼 운영자들도 2.0으로 업그레이드 되었을까?

 

 

# 그럼 난?

아무리 좋게 봐도 1.5정도 안될 것 같다.

 

 

# 뼈속까지 디렉토리 구조인 나

20년 넘게 디렉토리, 폴더만 써왔다.

무언가 새로운 생각의 시작은 항상 Root부터 정의하여, 하위 폴더로 내려가며 상세화 했다.

이런 방법, 습관은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든 중요한 근본 중에 하나이고, 이런 방법의 장점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그런데, 게으른 데다가 나이까지 들다보니 새로운 것을 무의식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나를 발견 했다.

#1, #2, #3의 모습. 나의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모르고, 안해본 것이니 필요 없는 것이라 생각하고, 내가 안 쓰는데 남들이 쓰겠어? 하는 생각.

 

무서웠다.

 

뭔가 변화가 필요했다.

 

 

# 거꾸로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들처럼...

산속 어딘가 한 두 방울의 물이 모여 샘물을 만들고, 계곡을 만들고, 강물을 만들어, 바다로 나가는 것이 이제 것 내가 적응하고 만들어 오던 시스템이다.

 

넓은 정보의 바다에서, 거꾸로 거슬로 올라가 세상의 모든 것과 소통하는 법. 


수 많은 정보와 컨텐츠가 전세계에서 만들어져 바다에 쌓이고, 여기서 원하는 무엇인가를 찾고, 다시 거슬러 올라가 새로운 것을 발전해 나가고, 다시 바다에 모이는 것.


이런 변화가 뼈속까지 디렉토리 구조인 나에게는 이해되지만, 실행하기 쉽지 않은 변화이다.


Mac으로의 전환은 Mac이 꼭 이런 구조와 잘 어울린다는 것 보다는,


기존에 시스템에 그냥 안주하면서 Slow death를 맞이할 것 같은 두려움에 

나의 관습을 버려본 것이다.






와이프왈 : 

"지름신이 강림한거지.. 뭐 -_-;; 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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